▲ 영화 '악녀'에서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악녀’는 액션 영화이자 깊은 감성이 담긴 작품이다. 제 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기 전부터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오프닝 스퀀스를 비롯해 영화 속 담긴 액션들은 지금까지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극한으로 몰아친다. 정병길 감독의 전작인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보여준 액션들이 업그레이드 됐고, 새로운 시도도 돋보였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악녀’ 주연을 맡은 김옥빈은 시나리오에 담긴 수많은 액션에 놀랐다. “이것을 다 시키겠다는 정 감독이 대단”했다. 또 이런 작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투자사도 대단해 보였다. “감독님이 남들이 가지 않을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시나리오를 통해 느꼈다. 첫 미팅에서 김옥빈은 “이것을 정말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정 감독은 수줍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감독님의 영화는 용기이고, 도전이라 생각한다. 정말 할 것이냐는 물음에 할 수 있다고 수줍게 답하더라. 부끄럽게 이야기 했지만 믿음이 갔다. 전작의 액션을 보면서 어떤 분일지 궁금했는데, 무자비한 액션이 비해 순수한 사람이라 놀랐다.”

액션도 액션이었지만 김옥빈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한 여성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시나리오에 매료됐다. “성장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별로 없었던 시기”였고, 배우로서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심이 더해졌다. 액션에 대한 부담보다는 사랑, 복수 배신 등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는 시나리오라서 ‘악녀’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 김옥빈은 언제나 액션보다 감정연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진|곽혜미 기자

숙희를 연기함에 있어서 이해와 노력이 필요했다.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고 복수를 하는 캐릭터지만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숙희도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김옥빈은 영화 속 “날 사랑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가장 숙희다운 대사로 꼽았다.

‘악녀’는 액션과 함께 감정이 담겨 있다. 이는 더욱 고된 작업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액션이 무너질수도 있었고, 액션에 치중하면서 감정선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긴 것은 김옥빈이 느낀 ‘아픔’ 덕분이었다.

“숙희가 액션을 할 때마다 아팠다. 살기 위해 하는 액션이었고, 영화 속 모든 액션은 숙희가 가장 아픈 순간에 진행된다. 국가 비밀 조직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도, 그 임무를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숙희의 아픔이다. 모든 액션이 자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아픈 액션인 셈이다. 신을 준비하면서 행동의 이유를 부여하고 숙희의 아픔을 생각했다.”

액션에 강조된 이후, 김옥빈의 뛰어난 감성 연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액션 영화지만, 그 액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감정은 김옥빈에게 의지해야 했다.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하는 것처럼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액션보다 감정 연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두 가지 모두 힘들지만, 그 중 더 힘든 것은 감정연기다. 액션은 몸이 고생하고, 연습을 하면 잡히는데, 감정은 다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 상상을 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이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다. 내가 실제 경험을 했다면 상상하지도 못 할 슬픔이었을 것이다.”

▲ 액션을 제대로 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한 김옥빈. 사진|곽혜미 기자

‘악녀’는 김옥빈의 원톱 액션 영화다. 여배우가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상상력을 발휘하면 좋은 캐릭터가 창조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복제되는 캐릭터로만 쓰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 했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김옥빈의 액션이 어설퍼 보인다면 “거봐. 여자는 액션이 안되잖아”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고, 그런 소리가 듣기 싫은 욕심이 있었다. “‘여자라서 잘 다친다’ 등의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김옥빈의 책임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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