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루'를 연출한 조선호 감독. 제공|CGV 아트하우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시간을 가지고 노는 능력은 누구나 탐낼 만하다. 어린 시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혹은 미래로 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실제로 일어나긴 어렵지만, 영화 속 세상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닌, 그저 되풀이만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통제권한 없이 나의 의지가 아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도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이 반복된다면 끔찍한 일이다.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그런 끔찍한 하루를 되풀이 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조선호 감독 역시 시간을 반복하는 소재에 관심이 있었다.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이야기”이고, 그런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즐겨봤다.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했고, 스스로도 재미를 느낄만한, 그래서 관객들 역시도 흥미로워 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반복되는 시간에 같은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딜레마 같은 상황을 추가 했다. 같은 시간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계속해서 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계속해서 죽여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했다.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딜레마다.”

의사 준영(김명민)은 죽어 있는 딸 은정(조은형)을 목격한다. 그리고 2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신과 같은 시간에 갇혀 있는 남자 민철(변요한)을 발견한다. 이것이 ‘하루’의 스토리 라인이다. 조 감독은 타임루프 설정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매력적인 만큼 명확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했다.

▲ 조선호 감독은 타임루프는 도구 일 뿐 액심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제공|CGV 아트하우스

결국 타임루프라는 설정은 “이야기를 끌어 가는 도구”였다. 핵심은 하고 싶은 이야기다. ‘하루’에서 특별점,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은 준영도 아니고 민철도 아니다. 바로 강식(유재명)이다. 강식이 등장하면서 영화가 가진 메시지도 강해졌다. 피해자와 가해자,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하루’다.

“기본적으로 용서와 죄의식, 화해 등의 이야기다. 지옥 같은 하루를 끝내는 것은 강식이다. 피해자이지만, 스스로 상황을 받아드리고 용서를 해야 하는 아주 가혹한 인물이다. 용서를 하는 것은 강식의 선택이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최의식, 용서, 화해였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감정은 극에 달해 있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 죽어 있고, 또 죽음의 순간을 목격하는 상황을 상상 해 본적이 있는가. 시나리오를 읽어서 나오는 감정이 아니었고, 리허설을 한다고 해서 적응되는 감정도 아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느낌도 비슷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젠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겪게 된다. 하지만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하루’ 시나리오가 그랬다. 감정적으로 준비를 하고 촬영을 했지만, 하다 보면 감정이 훅 들어올 때가 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이렇게 연기를 하긴 하겠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 영화 '하루' 김명민(위)-변요한 스틸. 제공|CGV 아트하우스

같은 이유로 첫 촬영 장면을 많이 사용했다. 첫 촬영 장면을 쓰기 어려울 때 두 번째 촬영을 사용했다. 처음 들어온 감정이 가장 좋은 이유였다. “모든 팀이 첫 테이크에 많은 공을 들인” 이유 역시 비슷했다. 힘든 감정을 여러 번 연기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김명민을 비롯해 변요한, 유재명까지 큰 탈 없이 캐스팅이 진행됐다. 그만큼 ‘하루’라는 작품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또 조 감독의 노력에서 비롯된 차별성도 있다. “이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차별성”이 배우들에게도 통했고, “타임루프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보였을 것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이라는 믿음이 영화 ‘하루’를 결국 완성시킨 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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