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군함도'에서 경성 깡패 최칠성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제공|피프티원케이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배우 소지섭이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에 출연한 이유는 오로지 류승완 감독이었다. ‘군함도’에 앞서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던지 출연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군함도’가 왔다.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소지섭은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에 들었다”고 했다. 수차례 출연 제의를 했지만, ‘군함도’까지 거절하면 더 이상의 기회를 없을 것 같다는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는 물론 제목도 알지 못했다. 그저 ‘류승완’이라는 사람만 믿고 선택했다.

그 후 밀려드는 걱정과 고민은 소지섭의 몫이었다. 현재는 모든 촬영이 끝났고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군함도’의 무게를 지우기는 쉽지 않았다. 출연을 결정한 과정부터 이후 찾아온 걱정, 촬영을 하면서 느낀 감정 등 소지섭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 이하 소지섭과 나눈 일문일답.

Q.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결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칠성이 어떤 캐릭터인지 모르고 결정했다. 류승완 감독님과 작업 할 기회가 많았는데 못했다. 이번까지 못하면 다시는 시나리오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 기회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다.

Q. 결정 후 시나리오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과연 내가 이 영화에 필요한 사람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인지 고민을 했다. (류승완 감독은) 대중들이 날 생각하는 이미지, 그 색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또 그동안 내 연기 패턴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연기를 할 때 느려진다. 대사를 천천히 치고,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칠성은 욕도 하고 소리도 지른다. 본능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캐릭터다. ‘빠르게, 에너지 있게 해 달라’고 하더라.

▲ 영화 '군함도'에서 경성 깡패 최칠성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제공|피프티원케이

Q. 혼자 고민도 했겠지만 멀티 캐스팅 아닌가. 다 함께 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군함도라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상업영화를 찍는 고민이다. 부담이 컸다. 어느 순간 그 부담을 좀 내려놓고 좋은 영화를 만들자고 이야기 했다. 그 공간 안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 하자고 했다.

Q. 어떤 계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 것인가.

다들 짐을 내려 놓고 싶어 했다. 너무 힘드니까. 가끔 ‘촬영을 해 보니 그 느낌을 알겠냐’는 질문을 받는다. 모든 것을 느꼈다면 거짓말이다. 그 세트에서 잠깐 촬영을 했다고 그 느낌을 받는다면 거짓말 아닌가. 상상만 된다. 정말 비참하고, 처절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느껴지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Q. ‘군함도’ 세트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위압감이 들었고, 무섭기도 했다. 연기를 할 때는 도움이 많이 됐다. 류승완 감독님이 “우리 배우들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 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 세트에서 모든 촬영이 이뤄졌다.

Q. 본인이 연기한 최칠성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가 있었다. 그 안에서 칠성을 만들었다. 동물로 비유하면 호랑이 같은 사람이다. 고독하지만 빠르게 파워풀하다. 동물적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인물이다. 지기 싫어하는 것을 다 표출한다. 조선인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도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 송종구(김민재)가 조선인들에게 하는 행동이 보기 싫었던 것 같다. 권력을 잡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칠성의 전사? 그것은 필요 없었다. 군함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끌려온 사람이다.

Q. 목욕탕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군함도’에 등장하는 첫 액션이다. 영화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시퀀스라 공을 들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한다. 칠성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신이다.

▲ 영화 '군함도'에서 경성 깡패 최칠성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 제공|피프티원케이

Q. 멀티 캐스팅 영화는 첫 출연이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찍는 영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다. 예전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낯가림이 심해서 ‘내가 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Q. ‘군함도’는 소지섭에게 어떤 작품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막 개봉을 했다. 시간이 조금 흘려야 이 작품에 대한 의미가 생길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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