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청년경찰'에 출연한 배우 고준. 제공|BS 컴퍼니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청년경찰은 두 청년이 뜻밖에 목격한 납치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어설프지만 청년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열정은 대단하다.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2위와 3위를 오가며 어느 덧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성공한 영화 중심에는 박서준과 강하늘이 있었다. 파릇파릇한 청년미를 제대로 그려냈고, 실제 친구와도 같은 호흡으로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고, 누군가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봤다.

이렇게 밝은 두 사람 뒤에 어둠이 있다. ‘청년경찰속 대표 빌런 영춘이다. 영춘은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목격한 납치사건의 배후다. 여성들을 납치해 또 다른 사건을 벌이는 악당이다. 여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준과 희열을 막아서고 극 후반에는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춘 역을 맡은 고준의 생각은 달랐다. 악역이라는 롤에 집중하기 보다는, 연변 사람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영춘 캐릭터를 잡아갔고, 얼굴까지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발견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고준은 영화 속 영춘과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가 캐릭터에 들어가는 과정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그의 얼굴이 매 작품마다 다른 이유를 말이다.

◆ 이하 고준과 나눈 일문일답.

Q. 어떻게 청년경찰에 합류하게 됐나.

사실 처음에는 고사를 했는데, 김주환 감독님을 보고 마음이 변했다. 눈빛이 집요했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진지함과 집요함에 날 맡겨 보기로 했다. 전작 코알라가 독립영화에서 좋게 봤던 작품이었고, 또 다른 단편영화를 봤는데 정말 좋았다. 그 영화까지 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

Q. 영춘은 대사가 별로 없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어떤 캐릭터라고 규정짓고 출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언어나 식생활, 사는 패턴들을 조금씩 찾아간다. 실제 그 사람의 환경으로 지내다 보면 행동이 이해가 된다. 이번에는 연변 사람이었다. 대중들에게 인식이 좋지는 않다. 내가 만난 연변 사람을 다 다정했는데 의구심이 들더라. 연변 사투리로 생활을 해 봤는데,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어지는 행동들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다. 많이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 영화 '청년경찰' 고준(위)-'타짜- 신의 손' 고준.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Q. 그렇게 캐릭터에 빠져들면 나오기 힘들지 않나.

이렇게 캐릭터를 잡아가면 빠져 나오기가 힘들긴 하다. ‘청년경찰에서는 조금 덜 들어갔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작업 해 보자고 했다. 적당한 지점을 정해놓고 캐릭터에 들어갔다.

Q. 영화 후반에 위험한 액션도 많았다.

사실 액션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액션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Q. 구조상 악역인데 어떤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나.

연변 사람들의 심정이나, 처해 있는 상황들을 어떻게 하면 대변할까 고민했다. 악역 보다는 연변 사람을 대변하고 싶었다. 반대 측면이 선하게 연출되다 보니 그렇게 보인다. 집단으로 따졌을 때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좋지 않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 몇몇은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좋지 않은 선택을 하진 않는다.

Q. 인물의 환경과 악한 행동 사이에서 딜레마가 올 것 같기도 한데.

정신적으로 힘들다. 양심을 내려놓고 캐릭터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연기를 준비하고, 주변 인터뷰를 하고 조사를 해 보니,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가 굉장히 불우했다. 영춘은 자신의 무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먹여 살리고, 우리도 한번쯤은 숨 쉬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Q. 매 작품 얼굴이 다른 것 같다. 영화 타짜- 신의 손에서 유령과 청년경찰속 영춘은 더욱 그렇다.

맡은 배역으로 살다 보면 얼굴이 변하더라. 한 인간을 표현함에 있어서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인생을 쉽게 사용하지 않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배역으로 살아보고, 그렇게 살다 보면 찾아지는 것이 많다. 내가 상상으로 인물을 그려보는 것 보다 훨씬 많다.

▲ 영화 '청년경찰'에 출연한 배우 고준. 제공|BS 컴퍼니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나.

내 자신이 가장 힘들었다.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이 깔려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예민해서 짜증을 내기도 했고, 속을 남 탓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나이 많은 연기자로 잘 해내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감독님께도 마찬가지다. 내가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챙겨주고 분위기도 좋게 만들었을 텐데, 자격지심을 해결하기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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