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영화 ‘유리정원’의 이야기는 참으로 독특하다.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것도, 그 인물이 과학도라는 것도 참신한 구도를 지녔다.

1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진행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의 시작을 들을 수 있었다.

연출을 맡은 신수원 감독은 소설을 오래 썼던 과거를 밝히며 “그 때 느겼던 것들이 있다. 그런 고민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며 “영화 ‘마돈나’를 구상했을 때부터 소설가가 주인공인 영화를 구상했다. 그 소설가가 세상에서 상처받은 한 여인을 만나고, 그 여자의 인생을 표절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모든 이야기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마돈나’ 집필을 시작했다고. 우연히 ‘유리정원’의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화 ‘마돈나’ 안에서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나온다. 뇌사 상태에서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혼도 없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을 쓴다. 식물인데, 인간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나무 이미지를 봤다. 그것과 연관을 시켰다.”

문근영이 연기한 재연의 시작이었다. 꿈과 이상이 밟힌 상태에서 나무로 환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고, 과학도 재연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또 그 과학도를 지켜보는 무명 소설가 이야기로 발전해 결국 ‘유리정원’이 탄생한 것이다.

▲ 영화 '유리정원' 스틸. 제공|리틀빅픽쳐스

창작자의 입장에서 그린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절한 이야기 역시 흥미 거리였다. “시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 신수원 감독은 “나 역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길가다 만난 노숙자를 보고 이야기를 구상하기도 했다. 살다 보면 내가 만든 가치를 누군가에게 강탈 당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것을 빼앗기도 한다. 단지 창작자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수원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내가 여자라는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주인공이 여자라서 내가 좀 더 이해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것보다는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관객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재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재연은 배우가 소화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문근영 씨와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면으로는 강한 의지가 있는 여성이지만 굉장히 내성적이고,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는 인물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광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신념에 미쳐가는 이야기로 그리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영화 '유리정원'에 출연한 배우 김태훈(왼쪽)-문근영. 제공|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또 인물을 그리면서 두려웠던 부분에 대해 “재연이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 여인이 상처를 입지만,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결국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꿈을 실현하는 인물로 그려 지길 바랐다”고 이야기 했다.

‘유리정원’은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다.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75개국 작품 298편이 초청됐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 '유리정원'이고,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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