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 제공|쇼박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모든 작품에는 탄생이나 존재의 이유가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고, 또 그 작품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말이다. 단 한편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 이유는 확고해 진다.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처럼 말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지난 2011년 시작됐다. 김탁환 소설의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첫 작품이다. 당시 시리즈로 이어질 것은 아무도 몰랐다. 아무리 작품이 좋을 지라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그 생명은 끝난다. 그것이 상업영화, 대중문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4년 뒤 2편이 개봉했고, 그후 3년이 지나고 3편이 개봉했다. 언제부턴가 명절이 되면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기다리게 됐다. 깨방정을 떠는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의 호흡을 보고 싶어졌다. 중독성 강한, 자극적이지만 몸에 해롭지 않은 음식처럼 말이다.

2편이 나오면 3편은 무난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또 다시 생각할 문제다. 3편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을 보면 배우들을 포함한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는지 알 수 있다. 김명민은 “톤 앤 매너가 명탐정 장르를 한 꺼풀 벗긴 느낌이다”고 했다.

“드라마가 탄탄해졌다. 이 영화가 ‘조선명탐정’ 맞냐는 느낌이 오히려 신선했다. 우리 영화의 장점은 장르나 소재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1, 2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적인 우성에서 오는, 새로운 방식이라 생각한다. 김민과 서필을 중심에 두고 어떤 색을 가져와도 흡수가 가능하다.”

많은 시리즈 작품의 고민이고, 그 고민을 극복하지 못해 시리즈가 지속되지 못하기도 한다. 시리즈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그것.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다. 이 속설을 이긴 작품만이 2편, 3편, 그리고 그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다. 이는 대중들의 선택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고민은 깊어 진다. 시리즈의 색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 말이다.

“김석윤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2편보다 나은 3편이 없다는 속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나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올 이유가 없다. 연기를 하는 우리 보다는,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배우로서 내 생각을 이야기 하면, 1편은 간을 보는 연기, 2편은 조금 더 가는 연기, 3편은 완전히 내려 놓고 토해내는 연기를 했다.”

▲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 제공|쇼박스

1편과 2편, 그리고 3편의 연기를 언급하는 김명민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 듯 했다. 진중하고, 신뢰가는 배우 김명민을 통해 보는 코미디는 묘한 쾌감이 있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개봉 했을 당시 상당히 놀라웠다. 김명민이 보여준 코믹 연기가 상상 그 이상으로 자연스러웠고, 유쾌했다.

“배우 김명민과 캐릭터 김민 사이의 간극을 갑자기 벌려 버리면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진중하고 까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내가 그 차이를 줄이자는 생각이었다. 1편이 나온 뒤 학습이 됐다. 김명민과 김민을 분리 시킬 수 있게 됐고, 2편부터는 마음 놓고 연기만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다 내려놓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던지 화두를 다시 가져와서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7년의 시간 동안 세 편의 작품이 나왔다. 그리고 계속 될 것이다. 관객들이 찾고 기다리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왜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기다릴까.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배우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나오는 시대에 한복을 입고 같은 캐릭터,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조선명탐정’을 말이다. 그 답은 김명민이 알고 있었다.

“우리 영화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시대를 따지지 말고 묻지도 말고 그냥 즐겨야 한다. 영화를 보고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조선명탐정’ 시리즈 만큼은 조금 내려놓고 봐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추억팔이를 해도 좋다. 1편 개봉 했을 때는 군인이었고,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봤고, 2편은 학생 때 봤고 등 세대를 품을 수 있는 시리즈가 소중하다.”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이해가 됐다. 어떤 이들(김명민의 경우)은 성룡 영화를 보면서 자랐고, 또 어떤 이들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나홀로 집에’가 방송됐다. 또 어떤 이들은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했을 것이다. 김명민은 국내에서 그 역할을 ‘조선명탐정’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것이 바로 ‘조선명탐정’이 존재하는 이유다.

▲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 제공|쇼박스

시작과 끝은 관객이다. “우리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명민의 생각이다. 자력은 3편에서 넘어섰고,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힘이 필요하다. “모두가 필요해서 가야 하는 것”이 시리즈의 미덕이다.

“4편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면 허전 해야 한다. 관객들이 ‘4편을 빨리 만들어’라고 원해야 하고, 청원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마지 못해 만든 척, 아주 기쁜 마음으로 4편, 그 이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함께 세월을 지나온 영화, 관객들이 필요해서 ‘왜 안나와요!’라고 하는 그런 영화, 모두의 잔치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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