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랑'에 출연한 배우 한효주.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인랑’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어려운 캐릭터라면, 한효주가 연기한 이윤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임중경과 이윤희는 같은 혼돈의 시기를 겪은 인물이지만 표출하는 방식은 달랐다.

이윤희는 자폭해서 죽은 빨간망토 소녀의 언니다. 통일선포 후 닥친 경제 위기로 사업에 실패하고 죽은 아버지가 물려준 작은 책방을 운영 중이다. 임중경은 자신의 눈 앞에서 자폭한 빨간 망토 소녀의 유품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을 하고 두 사람은 처음 만난다.

한효주가 말한 것처럼 이윤희는 너무나도 복합적인 인물이다. 표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한효주는 “다양한 장르인 ‘인랑’ 속에서 스파이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윤희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임무와 감정 사이에서 매번 흔들린다. 매 신 그런 내면적 흔들림이 담겨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윤희의 감정선을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 영화 '인랑'에 출연한 배우 한효주.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윤희는 매 순간 흔들리는 캐릭터였지만, 그 안에 진심은 있었다. 죽음의 위기를 마주한 순간에도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감정이 교차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진심은 있었다. 임중경에게 토해내는 수많은 말들 중 한효주가 생각하는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임중경에게 같이 떠나자는 이야기를 한다. 진심일 것이다. 가짜의 얼굴을 하고 속여야 하는 화중에 자기 고백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윤희가 느끼기에 임중경은 싸늘하다. 거기서 느끼는 무너짐이 있다. 원망 아닌 원망도 했을 것이다. 임중경이 자신에게 흔들리고 있다고 느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아니니까. 진심을 외면 받은 것이다. 원망도 했을 것 같다.”

단 한번의 진심이었지만, 두 사람의 끌림은 첫 만남이었다. 어떤 이들은 ‘인랑’을 멜로 영화라고 부를 만큼 두 사람의 끌림은 강력했다. 서로를 마주한 순간, 누군가에 쫓기는 순간, 매 순간 그들은 강한 끌림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드러냈다.

“이윤희는 임중경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첫 순간부터 끌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신에서 윤희가 머리를 풀고 나타난다. 그런 디테일도 끌림을 표현하는 것이다. 여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인지, 임무를 위해서인지 다른 해석이 있을수도 있다. 잠깐씩 보이는 윤희의 설레는 얼굴과 미소가 진심일까 아닐까. 그런 것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두 사람 모두 희생자였다. 그 중에서도 윤희는 혼돈의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희생자라는 생각이다. “누굴 원망해야 할 지 모른다는 게 제일 억울해”라는 윤희의 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갈 곳 없는 윤희에게 임중경은 유일한 기댈 곳이다. 같이 떠나자고 했을 때 박차고 일어나니 상처를 받은 것이다. 혼돈의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희생자인 것 같다. 그 시대가 만들어낸 희생자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에도 한효주는 이윤희 캐릭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개봉을 앞둔 언론시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토록 힘든 캐릭터를 한효주는 왜 연기 했을까. 한효주와 이윤희의 인연은 6년 전을 올라간다. 한효주는 ‘인랑’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6년 전 소식을 들었고, 우연히, 혹은 운명처럼 자신에게 제안이 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년 전 ‘인랑’을 기획한다는 소문을 듣고 애니메이션을 찾아 봤다. 마니아가 많은 작품이다. 인기를 끌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모호하지만 원작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나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 제안이 왔고 정말 좋았다. 출연 결정 후 시나리오를 봤다.”

▲ 영화 '인랑'에 출연한 배우 한효주.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랑’ 속 한효주의 얼굴은 새로웠다. 영화 ‘광해’에서도 새로웠고, ‘감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멜로에 최적화된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의 단아하고 청초한 이미지에서 오는 선입견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은 한효주 스스로를 가두기도 했다. 그리고 ‘인랑’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늘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님이 ‘안정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늘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했는데, 안정적인 틀 안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을 깨 나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가둔 틀 안에서, 또 대중들의 시각 안에서. 배우 한효주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을 깨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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