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범호가 첫 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김학범호가 제시했던 '공격적 스리백'이 베일을 벗는다.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팀은 15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아시안게임 E조 리그 1차전으로 금메달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한다.

김학범 감독은 여러 차례 플랜A로 스리백을 꼽았다. 스리백은 일반적으로 수비를 5명까지 배치하지만, 김 감독은 공격적으로 스리백을 쓰겠다고 밝혔다.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치는 상대들을 누르기 위한 계획이다. 김학범호의 스리백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를 정리한다.

▲ 일사분란하게 크로스에 맞춰 움직이는 수비진. ⓒ연합뉴스

◆ 수비: 전문 수비는 셋…'측면 커버, 빌드업' 주목

"파이브백 형태가 아니라 완전 스리백이다. 3명이서 수비하면서 공격에 숫자를 많이 두는 전술이다." - 김민재

전통적 스리백과 달리 김학범호의 스리백은 일자로 늘어서는 '플랫 3' 형태다. 과거 스리백이 스토퍼를 두고 스위퍼가 뒤를 커버하는 형태로 중앙 수비에 치중했다면, 김학범호의 스리백은 좌우에 배치된 중앙 수비수가 측면을 넓게 커버해야 한다. 대신 윙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측면 공격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의 활동량과 기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형적인 중앙 수비수 3명을 배치한 것과 다른 구성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김민재와 황현수라는 발이 빠른 두 수비수를 선발했고,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는 조유민과 김건웅을 스리백의 일부로 기용할 계획을 밝혔다. 첼시나 맨체스터시티가 스리백을 쓸 때 원래 포지션이 풀백인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나 카일 워커를 중앙 수비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가 높이를 내세울 땐 정태욱이 있다. 

공격적으론 조금 더 유연한 빌드업이 가능하다. 최후방에 3명이 배치될 경우 형태상 포백보다 빌드업에 유리하다. 3명의 중앙 수비가 좌우로 크게 벌려 서고, 윙백을 전진시켜 공격 숫자를 늘릴 수 있다. 경기장을 크게 쓰면서 상대의 약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현지 잔디가 길어 패스 속도가 떨어질 수 있어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

▲ 전북 현대 미드필더 장윤호는 많은 활동량이 장점인 선수다. ⓒ연합뉴스

◆ 중원: 전문 수비형 MF 없다…중원의 활동량 중요

'스리백'이란 이름 때문에 수비 조합에 관심이 쏠리지만 전술상 중앙 미드필더의 몫이 매우 크다. 중원 싸움도 해야 하고, 전진한 윙백의 뒤도 채워야 한다. 첼시에는 은골로 캉테가, 맨시티에는 페르난지뉴가 있어 공격적인 선수들의 뒤를 지켰다. 활동량은 물론이고, 덤벼야 할 때와 지켜야 할 때를 영리하게 알아야 한다.

김학범호의 중원 역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원에는 두 명의 선수가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격력을 발휘하면서도 후방에서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김학범호는 윙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면 사실상 5명의 공격수를 배치할 것이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2명의 미드필더가 공격을 도와야하지만 동시에 수비적인 면도 신경써야 한다. 장윤호, 황인범, 김정민, 이승모까지 모두 공수에 능력이 있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많이 뛰는 것은 필수다. 체력 소모가 크겠지만 이겨내야 한다.

▲ 공격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나상호와 이승우. ⓒ연합뉴스

◆ 공격: '1대1, 침투 능력' 좋은 공격수들

현재 김학범호에 공격수로 분류된 선수는 모두 5명.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나상호, 이승우다.

5명 선수 모두가 1대1 능력이 좋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윙어면서도 중앙 공격수로도 능숙하게 뛰는 손흥민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지에 도착한 지 이틀이 된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머지 4명의 공격수들도 서로 스타일이 달라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유일한 '정통파 스트라이커'라고 할 만한 선수다. 큰 키에 체격이 좋다. 감바 오사카에서 벌써 13골을 넣을 정도로 골 결정력도 좋다. 그의 전매특허는 오른발로 짧게 밀어둔 뒤 반 박자 빠르게 골대 반대편으로 감아차는 슈팅. 절묘한 궤적은 알고 있더라도 막기 쉽지 않다. 황희찬은 황소처럼 저돌적인 움직임이 장점인 선수다. 빠르고 몸싸움이 강하다. 유럽에서도 황희찬의 힘과 속도는 통한다. 나상호는 탄력이 좋다. 쭉쭉 앞으로 밀고나가는 힘과 속도가 좋다. 최근 K리그2에서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우는 중앙 좁은 공간에서 짧은 원투패스로 틈을 만들 수 있는 선수다. 드리블 능력도 갖췄다.

4명의 선수 모두 1대1에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압할 능력이 있다. 축구는 11명과 11명의 싸움이지만, 국지적으론 1대1 싸움이다. 1대1에서 돌파하면 수비 조직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밀집 수비를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조직력이 완벽하진 않겠지만 '새 얼굴'들에게 기대감이 큰 이유다.

김 감독은 명단 발표 당시 3-5-2를 플랜 A로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3-4-3을 구사할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두 포메이션은 '숫자 상 차이'에 불과할 수 있다. 측면 공격은 이진현, 김진야, 김문환, 이시영 가운데 2명이 배치될 윙백이 대부분 맡고, 공격수 3명이 중앙 쪽으로 좁혀서 상대 수비 라인을 부수기 위해 활발하게 침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바레인은 수비 조직력이 그리 단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적으로 무게를 두고 경기를 운영하겠지만, 한국이 노려볼 여지는 충분하다

▲ 김민재가 빠른 발에 주목해야 한다. ⓒ연합뉴스

◆ 역습에 어떻게 대처할까

"바레인 공격수들이 빠르고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다. 수비 뒤로 파고드는 것이 많다. 분석관하고 영상을 많이 봤다. 앞으로 나가서 하는 수비도 좋지만 뒤로 뛰는 공격수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김민재

한국이 주의할 점은 역습이다. 조별 리그에서 한국을 상대로 맞불을 놓을 전력을 갖출 팀은 사실상 없다. 한국의 공세를 받아 넘기고 역습을 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다. 바레인 역시 빠르고 힘이 좋은 공격수들을 두고 높이 전진하는 한국의 수비 뒤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를 비롯한 수비수들이 뒤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수비수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김학범호가 '공격적인 스리백'을 외치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3-1-4-2 포메이션를 쓸 때 공격수들이 공을 빼앗기자마자 빠르게 압박한다. 당장 체력을 쓰긴 하지만 상대의 공격을 바로 차단하고 다시 공을 빼앗는다면 오히려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민성 코치 역시 지난달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앞에서부터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하길 바란다. 뒤엔 빠른 선수를 배치하려고 김민재, 황현수를 선발했다. 역습에서 뒤쪽도 생각하지만 앞에서부터 끊는 것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격에 무게를 크게 두는 만큼 공격수들 역시 수비에 도움을 줘야 한다.

최후방에 있는 조현우와 송범근이 넓은 수비 뒤 공간을 커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