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대립군’ 속 김무열을 찾기가 힘들다. 오랜 대립질로 인해 얼굴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욕을 달고 사는 곡수에게서 김무열의 기본 바른 이미지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다. 영화가 한참 지난 후, 그의 음성과 표정에서 비로소 김무열임을 알아 차린다.

김무열이 기대하는 대목도 그것이었다. “사람들이 날 못 알아보는 것이 목표”였다. 배우 김무열이 아닌, 곡수 자체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영화에서 이뤄내야 할 김무열의 목표였다. 그 목표만은 정확하게 이뤄냈다. 분장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대답은 “만족”이었다.

곡수는 ‘대립군’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로 인해 변화의 폭도 크다. 오로지 대립질을 끝내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 끝나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곡수가 고된 대립질을 이겨내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다.

곡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김무열을 ‘대립군’으로 이끈 것은 영화의 소재였다. 생계를 위해 남 군역을 대신 사는 대립군, “그 시대에도 돈을 받고 나가는 용병이 있다는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들(대립군)은 정말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했던 밑바닥 인생이었다. 광해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 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곡수 캐릭터가 들어왔다.”

걱정은 캐릭터였다. 감정 변화, 곡선이 워낙 큰 캐릭터였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만큼 부담이었다.

“곡수의 감정 변화에 고민이 컸다. 광해가 이름을 불러주면서 감정이 변했다. 그때 곡수의 마음이 변했을 것이라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인간 김무열이 이 나라에 뭘 바라는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순차 촬영이 감정 이입에 도움을 줬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간 감정”은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담겼다. 광해가 이끄는 분조 일행과 대립군이 섞이지 않았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들 사이에 친분이 쌓여가며 해결됐다. 분조 일행과 대립군이 시간이 흐르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것 처럼 배우들의 관계도 변해갔다.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감정 속에서 곡수가 잡고 가는 유일한 것은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성문 앞에서 광해를 향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곡수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왕세자였던 광해를 죽이지 않을 것임을 믿었고, 광해가 성문 밖으로 나오는 것만이 백성을 살리는 길이라 믿었다.

‘대립군’을 촬영하면서 원론적인 고민이 많았다.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그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했다. “현장에서 다른 감정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유연성은 원론적인 것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는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무기와도 같았다. “캐릭터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어떤 적이 와도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