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또 우리 수석이 가는 거 아닌가?"

지난 13일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이 올해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보도가 막 나왔을 때였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인터뷰 도중 더그아웃에 있던 취재진이 술렁이자 무슨 내용인지 같이 확인했고, 이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강철 두산 수석 코치는 넥센 히어로즈 수석 코치 시절 염경엽 SK 단장을 감독으로 보좌한 인연이 있었다. 두산은 지난해 한용덕 수석 코치를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보낸 경험도 있었다. 수석 코치를 또 잃지 않을까 염려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다만 SK가 아닌 KT 위즈가 이 수석 코치에게 감독직을 제의했다. 수석 코치까지 지낸 인사가 사령탑 제안을 마다하는 건 힘든 일이다. 19일 제의를 받은 이 수석 코치는 20일 김 감독, 김태룡 두산 단장과 상의를 한 뒤 KT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제안 시기가 이른 감은 있지만, KT는 정규 시즌을 9위로 마친 뒤 18일 이숭용 신임 단장을 선임하고, 김진욱 감독과 결별하면서 팀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 신임 단장은 오는 24일부터 시작하는 마무리 캠프를 앞두고 큰 결정은 모두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19일 오전 이상훈 2군 감독과 코치 6명을 정리했고, 오후에는 베테랑 이진영의 은퇴를 알렸다. 아울러 김사율 홍성용을 비롯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할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신임 감독 계약까지 일사천리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경험을 되새겼다. 2위로 시즌을 마치고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을 때 한용덕 당시 수석 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내정됐고, 강인권 배터리 코치와 전형도 작전 주루 코치까지 데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수단이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 한 시기에 갑론을박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3승 1패로 누른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에 1승 4패로 밀리며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선수들은 시즌을 치른 뒤 "솔직히 코치 이동 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똑같은 상황을 반복할 수 없었다. 당사자들이 쉬쉬한다 해도 감독 내정자 관련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김 감독은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 전에 발표하고, 이 수석 코치에게 한국시리즈까지는 두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분명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김 감독은 2년 연속 오른팔과 같은 수석 코치를 시즌을 다 치르기도 전에 잃었다. 감독 사관학교라는 긍정적인 말도 나오지만, 그건 외부의 시선이다. 

일단 씁쓸한 감정은 여기까지다. 복잡한 일은 잠시 덮는다. 한국시리즈까지는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갈 생각이다. 두산은 19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미야자키 교육 리그에 참가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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